하필 정은호가 외갓집 행사로 부재한 날이었다. 구단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 친선경기를 하는 날이기도 했다. 오늘따라 전략이 잘 먹힌다 싶더니 전반전 끝나기 직전 도민이 넣은 선제골로 선수들의 사기가 오를대로 올랐다. 하프타임 동안 코치진이 선수들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해야 할 정도였다. 그 기세를 이어 후반전도 별 탈 없이 흘러갔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
"둘!" "챙기자!" 제 구령에 맞춰 동생들 몸이 올라오는 게 주변 시야로 흐릿하게나마 보인다. 나름대로 각 맞추려 노력하지만 처음에 비하면 다들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이번이 몇 번째 '둘'인지 현승호는 알까. 저를 비롯한 나머지는 모른다고 확신할 수 있다. 어제 새벽부터 이미 무리였던 몸에 정신적 및 육체적 고통이 끊임없이 가해지니 다들 지금까지 제정...
은호야, 몇 명이서 나갔니. 선수들 중 기사 사진을 제일 먼저, 오래 본 현식이 그걸 몰라서 물었을 리 없다. 어젯밤의 일탈을 모르는 타선수들에게도 이번 일을 공고히 하기 위한 질문에 은호는 군소리 없이 입을 떼야 했다. 여섯명입니다. "서른넷, 서른, 다섯!" 정우, 들었지? 육십 대야. 친절한 설명 뒤에 떨어지는 매는 결코 친절하지도, 가볍지도 않았...
"이런 건 룸메가 해야지." 대수롭지 않게 뱉은 말에 구름이 발끈했다. "왜 제가 해요? 은호 형 저한테 엄한 거 아시잖아요. 차라리 형이 말하는 게 낫죠. 친구한테 뭐라고는 못 할 거 아니에요." "동갑이면 뭐 달라? 더 친한 사람이 얘기하는 게 낫지. 아니 그 전에, 이렇게까지 쫄 이유가 있나? 우리가 뭐 못 할 짓 하자는 것도 아니잖아." 못 할...
소야의 그 인디어너님께 받은 2차 창작(킥오프 설정)입니다.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 그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1학년 3반 한경우. 너 대체 왜 이 학교 왔냐? 한경우의 축구부 입단 테스트를 심사한 감독과 코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칭찬으로 알아듣고 머쓱하게 웃으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사하는 한경우를 감독은 천천히 훑었다. 일학년인데 웬만한 삼학...
새벽 한 시, 운동장에서 올려다본 숙소는 불 켜진 방 하나 없이 깜깜하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새벽부터 뛰는 게 일이니 한참 잘 시간이다. 나도 그게 일인데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구름은 요즘 습관처럼 굳어진 자조적인 생각을 하며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쪼그려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게 빨아들였다. 선수라면 자고로 운동장에서 뛸 때 숨통이 트여야 할 텐...
마지막 열 대 중 첫 한 대에 알겠다. 아, 남은 화를 응축해서 열 대로 나눠 맞는 거구나. 매의 강도에 놀라 입술을 세게 깨문 구름이 찌릿한 감각에 놀라서 입을 살짝 벌렸다. 이미 뺨 맞을 때 터진 입술은 물고 버틸만한 게 못 됐다. 그래서 입술 대신 책상을 쥔 손에 더 힘을 줬다. 손끝이 하얗게 질릴 만큼 강하게. 어떻게든 하반신에 몰리는 고통을 분산시...
쓰고 싶은걸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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